리뷰, 후기/영화, 드라마

블랙미러 시즌 1 2화 핫 샷

Solation 2023. 10. 17. 08:33

제목


나는 왜 이번 화 제목이 블랙 미러가 아닌지 궁금했다.
놀랄 만큼 서슬 퍼레서 놀랐다.

이번화도 생각할 거리들도 볼거리도 많았다.
벌써부터 3화가 기대되고 있다.


간략한 줄거리


  숨 막히는 것 같은 검은 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수많은 스크린이 마치 너를 위해서 존재하는 기술들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고, 수많은 것들에 요금을 매긴다.
원하는 걸 시청하기 위해서 돈을 내고, 보기 싫은 걸 보지 않기 위해서 돈을 내야 한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서 자전거를 돌려야 한다.

그런 세상 안에서 쳇바퀴만 돌리는 삶을 살다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 여인의 목소리가 진짜라고 느낀 주인공은 핫 샷이란 프로에 내보내서 꿈을 펼칠 기회를 주려고 한다.


진짜는 없다.


진짜는 없다는 느낌을 매우 강하게 준다.
가짜 하늘, 가짜 아바타 등등 지금의 우리가 보기에는 공허에 보이는 것들이 그들의 삶을 채우고 있다.
자판기에서 사과를 꺼내며 이것만이 진짜라고 하지만, 사과 말고도 그들 자신도 진짜인데, 그들 스스로가 반항조차 할 수 없는 그들을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사과 다음으로 그가 진짜라고 느낀 건  목소리, 노랫소리였다.
그걸 보고 역시 소리에는 울림이 있지라고 생각했다. 울림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법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미디어 앞에서 조각조각나고 쓸모 있는 부분과, 맛있어 보이는 부분만 남기고 가져가 버린다.

주인공도 나중에 검은 방을 벗어나 더 쾌적한 공간으로 가지만 그런 그마저도 진짜 하늘을 볼 수가 없다.


닫힌 순환계


잘 짜인 생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잘 짜인 세계가 부서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들이 머물고 있는 공간에는 '적'이 없다.
슬픈 삶만 있을 뿐이다.
원하는 걸 하기 위해, 하기 싫은 걸 피하기 위해 그들은 일을 해야 한다.

고도로 발달된 기술은 눈을 감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생산한 전기는 곧 그대로 다시 그들이 생활하는 데 사용하는 전기가 된다.

참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희화하해서 구조적으로 잘 만든 것 같다.
  
우리의 삶이 저들과 비슷한데 저들만큼 숨 막히지 않는 것은 그래도 우리는 어느 정도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가님은 우리 삶도 저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거고 말이다.


블랙 미러


이번 에피소드에야 말로 블랙 미러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다.

검은 거울은 우리 속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스크린 너머의 우리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들의 검은 마음을 투영하는 게 우리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추기는 혐오


여러 리뷰 영상들 덕분에 작품을 보는 시야가 트인 것 같다.

게임을 하는 두 번째 장면부터 나는 좀비인 줄 알았던 대상들이 청소부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야말로 혐오, 증오를 일상화하기 위한 정말 악랄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사람들이 험한 꼴을 당하고 비웃는 프로에도 청소부들이 나온 걸 보고 구조적으로 더 악랄하게 나누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여기에는 여러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나태한 자를 비웃고 무시함으로써  사람들이 나태하지 않게 되도록 하는 것,
사람들을 노동하도록 만들게 하기 위해서다. 또  분노나 적의, 스트레스를 돌리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참 무시당할 이유가 있다는 게 무시해야 하는 이유랑은 다른데, 보통 사람들은 무시받을 만한 사람을 무시하게 된다.

나는 저렇게 자전거를 타는 공간에서 살찌기 쉽지 않으니까 살찌려면 열심히 운동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까지 고려하신 건 아닌 것 같다.
일을 안 해도 죽지는 않게 돈을 주나 보다 생각했다.

청소부라는 직업 안에 정말 다양한 걸 엮어 놓았다. 캐릭터를 잘 잡은 것 같다.
뚱뚱하고 못생긴 외모에서 외모에 관련된 부분을,
나태한 사람들이 하게 된다는 점에서, 근면 성실을 강요하는 사회를,
그리고 사회적으로 천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분, 여러 요소를 잘 섞은 캐릭터인 것 같다.

청소부의 삶이 바이크 타는 것보다 쉬워 보이긴 하다.

문득 청소부에게 노란 옷을 입힌 게 황인종을 놀리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쉬운 결말


아무래도 해피엔딩을 원해서 그런 걸까 결말이 좀 아쉽다.
저 남자의 진심도 결국 소비되어 버렸다. 상황과 안락함이 사람을 어떠헤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죽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안락하고 편안한 삶 누가 싫다 할까, 잘 짜인 구조라는 게 참 무섭다.


마무리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잘 봤다. 이것도 생각하면서 볼 만한 에피소드인 것 같다. 5점!! 3편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