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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 후기

Solation 2023. 10. 27. 08:33

아름다운 이야기


아름다운 이야기였던 것 같다.
최근 들어 영화로 지브리 영화를 보고 있다. 고양이의 보은, 마녀배달부 키키에 이어 이번에는 천공의 성라퓨타를 보았다.
나는 그중에 라퓨타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다 라퓨타 라퓨타 하는데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낭만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 라퓨타를 찾아 떠나는 모험기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납치된 소녀, 주문을 말하라고 강요하는 군인들, 사라진 왕국 라퓨타, 라퓨타를 약탈하려는 해적과 군인들,
정말 독특한 이야기다.

그리고 여러 부분으로 뒤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파즈가 왜 혼자 어린 나이에 일하고 살고 있는지 말하지 않고, 사람들이 어느 나라 어느 마을에 살고 있는지 말하지 않으며, 라퓨타가 왜 멸망했는지, 멀쩡히 잘 날아다니고 있는데 왜 내려와 사는지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가 비어 보이지 않고,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잘 보다 보면 왜 망했는지 알 것 같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인지 조금씩 눈에 밟힌다.

사람들 마음이 참 선하다.
주인공인 루시타는 딱히 사람을 상대할 때 거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격렬한 감정 자극을 보내지 않는다. 시종일관 선한 힘, 선한 의지에 가까운 힘을 뿜어낸다.

파즈는 또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람 그 자체다.
참 선명하리만치 올곧은 캐릭터는 오랜만인 것 같다.
요즘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신경을 쓰니까 그렇게 깔끔한 얼굴은 오랜만에 보았다.  

여러 군데서 느껴지는 오마주들


오마주들을 많이 느꼈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원피스가 제일 많이 느껴졌고 놀랍게도 다크소울도 느껴졌다.
그 용 있는 다리 지하로 가는 길이 파즈가 매달리고 도망치던 다리랑 똑 닮았다.
설마 설마 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보는데 똑 닮아서 ptsd 오는 줄 알았다.
거기서 쥐랑 하수도랑 낙사랑 해가지고 엄청 떨어졌는데 여기도 그런 아찔한 장면이 연출돼서 ㅇ치가 떨렸다.
로봇들도 디자인이 특이해서 그렌라간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른 같다.
파즈와 루시타가 너무 어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만 어른애지 하는 행동은 결의에 가득  찬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해적들


미야자키 하야오는 할머니한테 전투 훈련이라도 받았던 걸까
여러 작품에서 상당히 포근하게, 그리고 강인하게 나오는 것 같다.

해적들이 참 묘한 캐릭터다.
사람은 참 착한데 해적질을 하고 다니고, 그렇게 무례하지도 않다.

원피스의 루피가 이런 해적질에 영향을 받았을까?

참 잘 만든 캐릭터인 것 같다.
위기감도 조성하고 끝없는 탐욕, 그렇지만 조금 건강하게 보이는 생각들, 행동들이 인상적이다.

할머니가 바지단을 털어서 총을 넘겨주는 부분은 계속 기억에 남는다.

무너지는 라퓨타


결말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라퓨타가 무너지는 걸 보고 놀랐다.
주문을 두 개 밖에 모르다니...!

사실 라퓨타인들은 라퓨타를 무너트리고 지상에 내려와 살았어야 했다.
이 정도면 아직 미련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상당히 많은 것들이 제대로 굴러가던데 왜 사람들이 싹 다 빠졌을까 의문이다.
전염병이라도 돈 게 아닐까
  탐욕 끝에 무너진다는 엔딩도, 그 와중에 뿌리는 남아 거목이 들려진 엔딩도 아름다웠다.
  참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엔딩크레딧에 울리는 음악도 아련하니 아름다웠다.
  이런 작품을 만드니 다들 후속작을 보고 후속작을 기대하지!!
좋은 영화 정말 잘 봤다.

내 점수는 9점이다.

완성도가 너무 높고 너무 즐겁게 흥미롭게 잘 봤다.

다음 영화 뭐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