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1 퇴근 데이트
2024-12-11 퇴근 데이트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월요일 화요일보다는 상태가 나아서
어차피 평일에는 여자친구를 봐야 하긴 하고
본다고 무리해서 데이트만 하는 게 아니라 만나서 상의할 것도 있고
크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 만나기로 했다.
업무는 바쁘기도 하고 정신없기도 하고 아프기도 해서 꿈꾸듯이 지나갔다.
아플 때 일하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히 월요일 화요일보단 나은데 충분히 여자친구 만나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몸을 움직이기가 저말 힘들었다.
괜히 욕심부려 오늘 보기로 했나 쉽지만 뭐 보고 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일정이 계속 이어지니까 말라간다고 생각했다.
피가 서서히 마르는 게 이런 느낌인 걸까
퇴근하고 나서 여자친구를 만났다.
여자친구가 오늘부터 올영세일한다고 파우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파우치를 받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고 여자친구랑 중간지점에서 만났다.
확실히 몸 가누는 게 쉽지 않아서
미리 입력된 행동만 할 수 있었다.
머리에서 몸까지 전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런 걸 보면 상태가 확실히 좋은 건 아닌 게 맞는 것 같다.
화요일보다 상태가 나은 게 이 정도인데
왜 화요일에 친구들이 돌아가고 나서 잘 돌아갔는지 별일 없는지 물어본 게 아닌 것 같다. 진짜 심각해 보였겠지
저녁으로는 오면서 눈여겨봤던 달맞이나 행복밥상을 얘기했다.
해장국이 먹고 싶다고 했는데 해장국은 내가 먹기엔 양도 많고 좀 번거로웠다.
행복밥상에 여자친구랑 같이 가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나는 몇 번 와본 것 같은데 왜 이번이 처음일까?
여하튼 여기 메뉴도 여자친구ㄷ가 좋아하는 느낌의 김치찌개 집이다. 나도 확실히 여기가 밥집으로 있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
메뉴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2인분과 계란말이를 주문했다.
오랜만에 주문한 계란말이는 굉장히 양이 많았다.
나도 오랜만에 먹는 행복밥상을 좀 먹었는데
지금 감기가 걸려서 입맛이 바뀌었는지 나한테는 떫은맛이 좀 나서 계속 먹지는 못 했다.
계란말이는 정말 잔뜩 푸짐하게 나왔다.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입안 한가득 들어가는 계란말이다.
나도 나중에 요리를 하면 저런 계란말이를 만들어줘야지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계란말이는 맛이 안 변해서 먹을 만했다.
나는 아프면 양이 줄어드는 게 확 티가 나는데
여자친구가 걱정을 많이 했다. 다 못 먹는다고
챙겨줘도 못 먹는다고 걱정하는 게 보였다.
내 감기를 본인이 옮긴 것 같아 신경 쓰인다고 하는데
사실 감기는 병원균 때문이 아니라 면역력 때문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못다 한 이야기를 하며 여자친구가 일찍 보내줘야겠다고 배려해 주고 그래도 헤어지기엔 시간이 일러서
최근에 새로 생긴 바나프레소로 향했다.
여기의 아망추가 다른 곳의 아망추보다 특별하다고 해서 먹어보고 싶었다.
망고를 얼음처럼 쓴다고 해서 엄청 궁금했었다.
가서 나는 아망추를 주문했고 여자친구는 밀크티를 주문했던 것 같다.
나 먹을 것만 생각하고 주문하고 의자에 털썩 앉아서 여자친구가 뭘 주문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뭐 짐짝처럼 앉아있다가 끙끙대다가 돌아온 것 같다.
저녁 약을 안 챙겨 와서 열이 올랐는지
대화도 크게 집중이 되지 않았고 그냥 커다란 인형이었다.
입만 살아서 수다를 떨었다.
아무리 수다가 즐거워도 체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8시 30분쯤 나왔다.
아망추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망고가 아니어서
나는 다음에 안 먹을 것 같다.
나는 부드러운 푸딩? 아니면 투게더 질감의 망고 질감이 좋다.
아망추의 망고는 그냥 다른 망고추가에 나오는 망고 맛이었다.
심지어 그중 하나는 엄청 셔서 관리가 제대로 되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데이트는 좋았지만 내 몸상태를 내가 생각 못한 게 실책이다.
좀 나아진 줄 알았는데 그건 그냥 따뜻한 회사에서 앉아만 있어서 그랬던 거고 막상 몸을 움직이고 신경 쓸 게 생기니 몸을 가누기 쉽지 않았다.
잘 출발해서 바들바들 떨며 돌아왔고
우리 동네 역에서 나도 니베아 크림을 하나 사고 파우치를 받았다.
그리고 집에 가서 뭐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 걸로 보아
피곤해서 쓰러진 것 같다.
몸이 이렇게 휴식을 원하는 걸 보면 몸이 멀쩡 한 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잔뜩 따뜻함을 느꼈다.
아무 고민 없이 몸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기대면 나를 챙겨주는 손길을 느낄 수 있고
걱정과 염려를 잔뜩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너무나도 따뜻하고 든든한 일이다.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만났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