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나를 기르실 때
제일 싫어하는 게 하나 있었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셨는데
거짓말을 하다 보면 거짓말의 거짓말이 쌓여서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똑같은 잘못을 했더라도 거짓말을 하다 나중에 들킨 것과, 그냥 잘못한 것을 다르게 혼내셨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 말에 크게 동의하지 않았었다.
왜 나면 부모가 자식을 입맛에 맞게 키우기 위해 조련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들한테 거짓말을 안 하는 버릇을 들이면 키우는 입장에선 얼마나 쉽겠는가
아이들이 벌벌 떨면서 거짓말을 못하게 숨통을 조여 오는 그런 나쁜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내가 크게 데인적이 있다.
츄파츕스가 먹고 싶었던 나는 집에서 300원을 몰래 가져나와 츄파춥스를 사 먹었는데
마트에서 그걸 사서 올라가는 길에 어머니한테 걸리고 말았다.
어머니는 그거서을 어디서 난 돈이냐고 물으셨고
나는 친구가 사줬다는 등의 거짓말을 했던 것 같았다.
어머니는 계속해서 물으셨다.
그 친구 이름이 뭐냐고,
그 친구가 왜 널 사줬냐고,
그 친구는 어디에 사느냐고,
그렇게 거짓말을 이어가다 보니 나는 6개월 동안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거짓말을 하다가 나는 죄책감에 못 이겨 어머니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다음에는 그런 거짓말을 하지 말라며 나를 부드럽게 혼내셨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최대한 거짓말을 안 하게 되었다.
아마 어머님은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고 거짓말이 쌓이고 쌓이기를 기다리셨던 것 같다.
거짓말을 안 하게 된 대신 나쁜 버릇이 들었다.
교묘하게 진실의 일부만 말하는 버릇이 들었다.
나는 내 나름대로 거짓말은 안 한 거고 그것을 파악하지 못한 상대방이 나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이것도 거짓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거짓말을 안 하게 되다보니
약속도 함부로 하지 않게 되었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게 되었고,
말을 함부로 하지 않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좋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를 그렇게까지 몰아갈 필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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