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밥을 먹고 수다를 떨다가
서로 겪은 도를 아십니까 얘기를 나눴는데
내 경험을 적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길을 가다 한 두 번은 붙잡혔을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한다.
인상 깊었던 세 가지 이야기가 준비되어있다.
내 생각만큼 여러분에게 재미있기를 바란다.
첫 번째 이야기
학교를 가기 위해 경의 중앙선 플랫폼에 딱 도착한 순간이었다.
내가 플랫폼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어떤 사람이 나에게 길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두 세 마디 말을 나눠보자 이야기가 빙빙 도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곳을 알려주면, 다른 곳을 물어보았고,
잘 모르겠다고 안내해 달라며
나를 다시 역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했다.
빙빙 도는 얘기가 답답하기도 하고,
학교는 가야 했기에 스트레스를 받던 차
악마적이면서 기발한 발상이 떠올랐다.
이 사람은 굳이 내가 필요한 게 아니라
어느 누구든 붙잡을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입은 바로
"저는 말하신 곳이 어딘지 전혀 모르겠는데, 저기 저분은 아실지 제가 같이 물어봐 드릴까요?"
하며 옆에 서 있던 다른 분께 데리고 갔다.
"저기 이분이 ~~~~ 라는 곳을 가셔야 하는데 길을 모르신다고 해서, 저도 어떻게 가는지 몰라가지고, 한번 얘기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
하며 빠져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악랄하기 그지없다.
두 번째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도 학교를 가는 도중의 이야기다.
학교 근처 역에서 내린 후
수업시간이 10분이 채 남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학교를 가던 중
친절해 보이는 어느 분이 말을 걸어왔다.
-행인
"저기요!"
나는 빠른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나
"왜 그러시나요?
그분은 내 걸음걸이에 발을 맞춰 걸으며 얘기하셨다.
-행인
"저기 얘기드릴 게 있는데 혹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나는 시간 여유가 있다면 웬만하면 15분 정도는 얘기를 들어드리는데
그날은 정말로 수업이 10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으로 사정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나
"저기 정말 죄송한데, 제가 10분 후에 수업이 있어서요.
걸어가면서라도 괜찮으시다면 6분 정도는 얘기를 들어드릴 수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분은 괜찮다고 하시곤
빠른 걸음걸이만큼 빠른 속도로 말을 뱉어내시는데
"표정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그렇게 안 좋은 이유는, ~~ 한 이유가 있어서인데, 그게 삶에 영향을 준다고 해요.
그걸 이겨내려면 사람들이 모여서 행동하고 바꿔나가야 하는데, 이게 또 이걸 잘하시는 분이 ~~~~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은 ~~~ 부분들을 봐주시는데 저도 그걸 겪고 굉장히 마음이 편해져서,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얘기들을 나누고 있어요. 그래서 참여가 가능하시면 같이 카페에 가서 얘기라도 나누고 싶긴 한데,
수업이 있으니까 그건 어려우실 테고 연락처라도 주시면, 나중에 시간 되실 때 제가 연락드려서 얘기를 나눠도 괜찮고요.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제가 기다리고 있을 수 도 있어요. 뭐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고요.
아! 제가 드릴 것도 있는데 본인이 본인에 대해서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본인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검사지인데,
지금 풀긴 어려운데 읽어드릴까요? 아.. 그렇죠 지금 하긴 좀 어렵죠."
등등 진짜로 저렇게 얘기 하시진 않고 말의 양이나 느낌을 비슷하게 적어봤다.
시간 없다고 말하니 저렇게 바로 본론으로 들어오는 게 너무 웃겼다.
즐거운 시간도 잠시 어느새 수업을 듣는 건물 앞까지 오게 되었다.
-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제가 너무 바빠서 힘들게 해 드렸네요.
저는 이만 수업에 들어가 봐야 해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하고 홀랑 수업에 들어갔다.
참 열정 넘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세 번째 이야기
하모니카 레슨을 해주러 가는 길이었다.
연습실을 빌려서 레슨을 했는데,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나는 늦잠 자느라 지각을 종종 하는 편인데,
그날도 이대로면 10분 지각할 판이었다.
거의 뛰다시피 달려가고 있는데
마주 오던 여성 두 분이 지나가는 나를 불렀다.
-여성 1
"저기요!"
나는 뛰어가며
-나
"왜 그러시나요?"
-여셩1
"~~~~ 은행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나는 제자리에서 동동 발을 구르며
-나
"뭐라고요?'
-여성 1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나
"정말 죄송한데 저도 오늘 여기 처음 와봐서요.
그리고 정말 급해서 도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저쪽으로 가면 대로가 있으니 은행은 그쪽에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속사포로 소리치며 연습실로 가는데 뒤에서 여자분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여성 1
"급할수록 돌아서 가래잖아요!"
순간 진짜 화가 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면서 주먹을 휘휘 젓자
여성분들이 뛰어서 도망가셨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니
사랑 열 받게 하는 재주가 있으신 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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