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경이의 이야기
지난주에 휘경이랑 얘기하다가 내가 아르바이트하던 상황이 생각이 났다.
먼저 휘경이 얘기를 들어보자
최근에 휘경이는 뭔가 장난을 치고 심심한 상태였다고 한다.
뭔가 할일 없을까 늘 생각하다가
알바생한테 문득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고 한다.
살 물건을 정하고 계산을 기다리는데 계산대를 보다가 번뜩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다.
알바생이 물건들을 다 찍고 알바생이 말하려는 찰나!
휘경이가 입을 열었다.
"2720원입니다. 봉투 필요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얘도 제정신이 아니다.
휘경이의 얘기를 듣고 보니 나도 편의점 알바 했던 때가 떠올랐다.
내가 분노에 찼던 일들이 떠올랐다.
편의점 알바를 했을 때 글을 써놨어야 했는데
지금 분노를 터트리려니 원인이 기억이 잘 안난다.
아마 주로 담배가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내가 심야 알바를 해서 그런지 뭔가를 여러번 하는 걸 정말 귀찮아했다.
담배를 찾는 손님들에게 여러 유형이 있다.
첫 번째 그림좋은 담배를 달라는 분
담배에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혐오스러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그림이 불편해서 그나마 덜 혐오스런 그림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영정사진이 그려져 있거나, 담배 개피가 부러진걸 발기부전처럼 표현한 그림들이 인기가 많았다.
이런 분들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긴 하다.
늘 들고 다니는 담배일 텐데 마음이라도 편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다만 찾아보고 없다고 말씀드렸을 떄 반응이 사람마다 다르다.
왜 없냐고 찾아보라고 아래 보관한데서 새로 뜯어서 달라고 하시는 분도 계신다.
두 번째 무슨 담배인지 말 안해주시는 분
어~ 저기 그거줘 그거
내가 일을 안 하는 시간대에도 오시는 단골손님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짜고짜 그거 달라고 하시면서 그게 뭔지 모르면 굉장히 화를 내신다.
그거 있잖아 초록색 초록색!
초록색만 14개는 될 것이다.
이렇게 실랑이를 하고 있으면 자연히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세 번째 개수를 계속 추가하시는 분
묘하게 열받는다.
담배를 꺼내려면 허리를 많이 돌려야 하는데
일을 하다 보면 허리가 많이 아프기 때문에 허리를 많이 움직이는 동작을 요구받으면 묘하게 짜증이 난다.
짜증 나는 게 정상이 아니란 건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개수를 추가하면 열이 확 오른다.
이런 경우도 있다.
A ~~ 주세요.
B ~~~요?
A 네 그거 맞아요.
B 몇 개 드릴까요.
A 하나만 주세요.
B 여기 있습니다.
A 잠시만요 하나 더 주세요.
B.... 네
지금 생각해보니,,, 글로 적어보니 화날 일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건 내가 말을 예쁘게 적어놔서 그렇다.
대가 물을 땐 건성으로 듣다가
마지막에 더 달라고 하면 열이 진짜 확 오른다.
새벽에 일을 하는 경우
요령껏 조는 게 일의 즐거움 중 하나다.
그러다 보면 점장님에겐 안 된 일이지만
손님이 안 오길 바라게 된다.
새벽에는 손님이 거의 안 오시는데 두 시간에 1~2 팀 정도 오는 것 같다.
금방 나가시면 나도 다시 안식에 들 수 있지만
뭔가 하지도 않으시면서 계속 남아계시면
얇아진 신경 줄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간다.
여러모로 내가 문제인 것 같기도...?
이렇게 분노에 찬 상태로 일을 하다 보면
일 하는 내내 사람들에게 분노할 준비가 되어있다.
저 사람은 잔돈을 집어던질 거야
저 손님은 까다로운 걸 요구할 거야
저 사람은 비닐봉지 값 가지고 나하네 뭐라고 할 거야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그러다가 오히려 정말 선량한 분이 오시면 오히려 당황스럽다.
담배 종류도 개수도 대답도 완벽한 분이 오시면
오히려 분통이 터진다.
저 사람 왜 흠이 없는 거야! 왜 정상인 거야!
하면서 오갈 데 없는 분노만 내 마음에 남는다.
지금 이렇게 적고 보니 여러모로 미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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