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잡다

Tv는 너무 행복한 생활들을 보여준다. 그걸 어머니가 보지 않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Solation 2022. 7. 23.

티비를 보는 어머니와 나

 

 우리 집은 환경이 그리 행복한 편은 아니다.

아버님은 책임감이 강하시지만 다정하시지 않고 무심한 면이 있다.

 

 어머니가 속상할 일이 많았고 상처도 많이 받으셨다.

어머니는 우울함도 많으시고 속으로 많이 쌓으시는 편이다.

 

 가끔 어머니와 함께 티비를 보면 티비에서 행복한 가정생활이 나오곤 한다.

남편이 뭘 해줬더라~ 아들이 뭐 해줬더라~

그걸 볼 때 상냥한 남편도 없고, 멀쩡하게 제 몫을 하는 아들도 없는 엄마는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게 되곤 했다. 

속상하시진 않을까 자신의 삶을 원망하고 계시진 않을까 슬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는 삶에 큰 의욕이 없는 상태로 살아와서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큰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힘든 어머니를 도와드리지 못하는 것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항상 집에서 홀로 가족들을 챙기시고

챙김받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면 죄책감이 앞선다.

그렇다고 크게 노력하는 나도 아니다.

 

 다시 티비 얘기로 돌아오면 어머니에게는 과한 자극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어머니에게는 티비가 휴식, 즐거움이 아니라 아픔과 부러움일 수 있지 않을까....?

 

 어머니는 감수성도 예민하신 편이라 가슴을 울리는 슬픈 이야기, 어머니의 사랑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훌쩍이고 같이 가슴 아파하신다.

나는 그것도 어머니에게 해롭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여린 속을 자극하다가 어머니가 펑 터져버리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 

혹시라도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그러던 와중 오늘 샤워를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속상하신 건 어머니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가 없었을 뿐이고, 형편이 안 좋았을 뿐이다.

어머니의 잘못이 아니다. 어머니가 맘고생할 이유가 없다. 

어머니는 TV를 안 봐야 할 이유가 없다.

 

 다만 괴롭지 않으시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나쁜 사람이라 가족들이 힘든 것을 보고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옛날부터 그런 이유들은 나를 움직이는 동기가 되지 못했다.

다만 내가 여유가 생기면 해드리고 싶은게 있을 뿐이다.

 

 손잡고 같이 여행을 가고 싶다.

이야기를 많이 들어드리고 싶다. (이건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이라 최대한 노력해보고 있다.)

정신적인 치료를 받게 해드리고 싶다. 위로를 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혼자 외롭게 힘들게 버티셨다는 걸 안다.

취미를 즐기실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다.

뜨개질, 그리고 공부를 좋아하신다. 

같이 여행을 가드리고 싶다. 

어머니가 힘든일을 안 하게 해드리고 싶다.

 

이런 것들으르 해드리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나는 언제가 돼서야 한 명의 사람의 몫을 할 수 있을까

왜 나는 저런 미안함이 해주고 싶은 마음이 노력하는 마음으로 바뀌지 않을까

그래도 지금은 좀 바뀐 게 아닐까 싶어 조금은 다행이다. 

 

 우리 어머니가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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