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오케연습, 일기] 231104 회사 상사 결혼식, 오케스트라 연습

Solation 2023. 11. 7.


오늘은 직장 상사가 결혼하는 날이다.
결혼식은 종종 가보았지만 회사 안에서 하는 결혼식은 처음이다.

결혼식을 갔다가 오케스트라 모임을 가기 때문에 오늘은 다른 무언가를 하기가 쉽지 않은 날이다.
잠은 늦게 잤지만 눈은 일찍 떠져서 나름대로 파일 정리도 하고 영상도 편집하는 둥 알차게 보냈다.
가벼운 산책도 다녀왔다.

결혼식에 늦지 않기 위해서 일찍 출발했는데 결국 늦고 말았다.
간발의 차로 늦었는데 내가 너무 타이트하게 약속을 나오긴 한다.
그래서 매번 안 놓치려고 페달을 열심히 밟다가 무릎이 상하지 않을지 걱정되긴 한다.

그래도 너무 일찍 가도 별로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뻘쭘하게 가서 시간 보내는 건 난 사양이다.
내가 갔다는 것만 대강 알면 된다고 생각한다.

결혼식에는 5분 늦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선언식을 하고 있어서 당황했다.
선언식만 빨랐을 뿐 식은 생각보다 오래 진행됐다.
나는 축가를 2절까지 부르는 사람들을 처음 봤다.
잘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유쾌하시긴 했다.
재밌는 선글라스와 즐거워하는 표정으로 다들 즐거워졌다.

신랑은 그동안 고생했던 값을 하듯이 굉장히 마르고 멋있는 모습이었다.

사람이 확실히 안 먹으면 저렇게 빠지는구나를 느끼며 나도 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동을 하는 것보다 덜 먹는 게 다이어트에 더 좋다고 한다.

결혼식이 끝나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두 분 다 인싸라 그런지 지인들이 엄청 많아서 우리 회사 사람들까지 올라가기엔 너무 비좁았다.

식장이 좁아 보였는데 의외로 넓었던 모양이다.

아쉬운 데로 입구에서 패널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식사를 하러 안으로 들어갔다.
회사 사람 12명과 다 같이 결혼식에 오는 것도 참 기묘한 느낌이었다.

sw 컨벤션의 식사는 의외로 괜찮았다.
장점이라면 음식의 종류가 독특하게 다양했다.
나 소 꼬리찜은 처음 먹어보았다. 그리고 멜론 하몽이 있는 집도 처음 보았다.
디저트로 치즈도 종류 다양하게 8가지가 있었는데 먹어보진 못했다.
안주 느낌의 치즈는 있으면 좋긴 하지만 예식장에 어울리는 음식은 아닌 것 같다.


뒤에 연습이 있는데 회사에서 권하는 술을 세 잔 정도 마셨다.
내 주량이 그렇게 약한 편이 아니라서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며 자리에 남아있었다.
시간 맞춰 일찍 나왔어야 하는데 타이밍도 안 맞고 나도 쭈뼛거리느라 말 못 해서 늦게 나왔다.
내가 막 나왔을 땐 오케스트라 모임에 30분 정도 늦을 것 같았다.

돌아가면서 중간중간 거울을 확인하는데 얼굴이 정말 빨개서 놀랐다.

많이 빨갰는데 내 얼굴이 실제로 빨리 빨개지는지는 이번에 알게 되었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신성한 모임에 술을 먹고 가다니... 티가 안 나면 모를까 티가 나는데 눈총과 시선을 받기가 무서웠다.'

갑작스러운 죄책감으로 급하게 숙취 해소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설상가상으로  핸드폰 배터리도 다 닳아가지고 지하철 콘센트가 있는 곳에서 충전을 하면서 정보를 찾아봤다.

물 먹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500ml 3통을 사서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챙겨 먹고
컨디션환 같은 숙취해소제를 사서 두 통 다 입에 털어 넣었다.
운동을 하면 좋다는 얘기도 있어서 지하철이 올 동안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이온음료의 전해질이 좋다는 얘기도 듣고 포카리도 사 먹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할까 봐 지하철 안에서 배회했다.
진짜 혼란스럽고 힘든 시간이었다.
이제는 모임 늦어서 빨리 가는 것보다 술을 어느 정도 깬 상태로 가는 게 중요한 상황이었다.
사당역에서 내려서 화장실도 가고 수분을 마저 채워주고
왔다 갔다 하면서 운동을 좀 한 뒤에 연습실로 올라갔다.

그래도 노력의 결과인지 이마 부분 빼고, 귀 빼고는 피부색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
불행 중 다행이다.

그래도 연습 중에 혹시 몰라 고해성사를 했다.
고집부리는 것보단 보기에는 그 정도는 아닐 때 고해성사를 하는 게 맞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연습해야 하는 곡들을 먼저 연습했다는 점이다.
개인 연습을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술도 몇 잔 마셨겠다.
연주에 최선을 다해 집중했다.
이것 때문에 못했다는 소리는 듣기 싫어서 더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중간중간 집중력이 흩어지는 건... 조금 슬펐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민폐 덩어리였다.
이 안에서 물을 제일 많이 흐리는 건 나였다.

거기에 대고 사회생활이 힘들지 말해주셔서 더 부끄러웠다.
사실 혼내도 할 말이 없다.

나 정도야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고...
연습도 잘 안 해오니까 내심 내치고 싶으실지도 모른다.
그론 소리, 그런 얘기 듣기 싫으면 행실을 바르게 해야 한다.

아우 억울해라
나 취하지 않았는데....! 얼굴이 빨개져서 너무 큰 고생을 했다.

집에 돌아올 때까지도 뱃속이 엉망진창이었다.
마치 내 뱃속에 파도가 한 번 몰아치고 간 느낌이었다.

집에 와서 녹초가 된 상태로 만두를 먹으며 혜성이와 통화를 했다.
그런데 또 혜성이랑 통화를 하니 즐거웠다.
오랜만에 얘기할 썰이 생겨서 즐거웠다.
다음날 만날 약속을 잡은 뒤
나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봤고  흥분한 채로 다음날 혜성이랑 보려고 프라이빗 영화관을 찾아보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서 단념하고
영화 후기 영상 몇 개 보고 단념했다.

같이 코인노래방을 가자는 걸 거절할 정도로 요란하고 피곤하고  힘든 하루였다.

하... 너무 창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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