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일기] 231024 치과의 공포

Solation 2023. 10. 25.
성한데 없는 내 이빨


어제 이가 상당히 많이 심각했던 이후 잠을 거의 제대로 못 잤다.
불안한 걸 핑계 삼아 이것저것 늘어지고 싶었을 수 있다.
잠은 잘 잤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회사에 와 보니 잘 잔 게 아니었다.
하긴 요새는 전날 잘 잤는지 아닌지 다음날 텐션에서 바로 차이가 난다.

참 몸이 나이가 들었다는 걸 여러 면에서 느끼게 해 준다.
2시간 못 잔 것은 2시간 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여러모로 잠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고 있다.
아이가 생겨서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어른들이 얼마나 피곤할까 상상이 잘 안 간다.

치과에 가기 전에 바들바들 떨고 경기를 일으키는 나를 보며 내가 죽음 앞에서 이러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떨고, 두려워하고, 생각을 떨쳐내려 하고
망상으로 도피하고, 현실부정하고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다.
돈은 얼마나 들지 상상도 안 갔고, 얼굴이 흉측하게 변하진 않을지, 친구들을 만날 수는 있을지, 연인과 헤어져도 할 말 없고, 보내줘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그럼에도 어떻게든 잘 지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냈다.

왜 그러는지 원인을 모르니 미칠 지경이었다.

일에 집중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일하다가도 절망감에 손에 얼굴을 묻곤 했다.

중간에 나와서 예약을 하는데 다행히 오후 두 시 반에 예약이 되었다.
간기능수치상승소견도 검사하러 가야 하는데 일단 다음 주 토요일과 이번주 일요일은 어렵다고 한다. 일단 치과가 우선이기에 치과예약 후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점심에는 탕짜면을 먹었는데 식욕도 덜했고 이에 부담이 갈까 봐 강하게 씹지 못했다. 앞니가 당장이라도 앞으로 무너질 거란 공포를 이기지 못했다.
다행히 통증은 없었기에 (감각이 없어서 통증이 없나...?)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다.

진짜 그동안 사용하던 치실이 문제였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별 생각을 다 했다. 그나마 사람들이 중간에 병원 가도 괜찮다고 하고, 이런 건 병가느낌이라고 해주셔서 그런 부분은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회사 얘기는 없고, 치과 얘기만 있군...

스노우 치과

회사 근처에 치과가 세 개나 있었다.
나에게는 희소식이다.
치과에 가서 정보를 기입하고 기다리고 있자니 이내 곧 내 순서가 되었다.

진짜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현기증에 과호흡에 가만히 앉아 진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나는 내면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 사람이었나 보다.
연약하다 연약해, 여린 내가 힘든 상황이 오지 않도록 잘 성장해야 한다.

긴장하면서 의사 선생님 눈치를 좀 봤는데 의사 선생님이 되게 가볍게 치석 때문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아랫니 세 개에 아래로 하얀 게 엄청 내려와 있고 거기서 댐 마냥 피가 흘러내렸는데 그게 심각한 게 아니라고 마음으로는 엄청 안심을 하고 혹시 모를 문제가 발견할까 긴장했다.

정말 다행이게도 치석이 있어서 스케일링을 받아야 하는 것 말고는 충치나 이런 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사랑니가 있는데 빼야 할 것 같다 과민 말씀하셨다.
나 사랑니 누운 거 처음 봤는데 아주 제대로 누워있어서 어이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큰 병원, 대학병원, 사랑니 전문병원에 가서 빼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 앞니 다 갈고 틀니하고 이빨 심고 생각했던 거에 비하면 스케일링하고 나오고 충치 없고 사랑니 빼야 한다는 것만 알게 된 게 정말 다행이다.

회사

휘청거리며 회사에 돌아온 후( 진료가 1시간 걸렸다.)

회사에 돌아오니 일이 좀 쌓여 있었다. 사수가 바쁘긴 바쁜가 보다 하면서 몇 개를 처리했다.
웬만하면 일을 안 넘겨주시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일을 받아가야 한다.
몸이 크게 아픈 게 아니라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 일도 어느 정도하고 잔일을 하다 보니 퇴근 시간이 되었다.
회사에 내일 오픈하는 뭔가가 있는데 나는 관련이 없는 쪽이라 눈치 보며 조금 길게 남아있다가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꿀맛 닭강정을 가서 하나 사 먹고 돌아왔다.

집에는 좀 늦게 간 편이었는데, 이가 좀 안 좋다는 걸 듣고 왔지만 마음이 놓여 식욕이 좀 생겼다. 확실히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영향이 많이 미치는 것 같다.
밥 먹고 통화를 하는데 다른 거 안 하고 가볍게 산책만 하고 왔다.

게임, 업로드 등을 하기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다.
통화도 상당히 길어져서 통화가 끝나니 자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10시였는지 10시 30분이었는지 그 사이에 잠들 수 있을 때 바로 누웠다.

무섭고 고되고 스펙터클한 하루였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참 예상치 못한 일로 삶이 뒤바뀌고 흔들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래도 정말 큰 일 아니어서 다행이고 이참에 6개월마다 스케일링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달은 4월!!  

고생 많았어 진아
치과 잘 다녀왔고
힘내서 다시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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