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일기, 친구 모임] 231023 발길 가는 데로, 마음 가는 데로

Solation 2023. 10. 25.
고속터미널 경찰서


회사


회사는 뭐 항상 가기 힘겹다.
그래도 오전은 진짜 항상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뭐만 좀 했다 치면 시간이 지나간다.
오늘은 오후 반차를 내고 상훈형과 다니기로 했다.
간혹 가다 상훈형과 어디 갈지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데로 평소의 루틴에서 벗어난 곳에 가보는 여행을 하는데 오랜만에 이번에 어디 다니기로 했다.

언덕주차장 위 쉼터

라파스타 앤 모어


점심에 라파스타 앤 모어를 먹고 걷기로 했다.

라파스타 앤 모어는 여전히 맛있었다.
파스타도 만족스러웠고 상훈형도 아란치니로제 파스타를 맛있게 드셨다.

다행이다.
점심메뉴를 강매한 감이 있는데 다행히 파스타를 싫어하시지도 않고 잘 드셔주셔서 감사하다.

파스타를 잘 먹고 내가 사고 나서
정처 없이 걸었다.
일단 신논현 쪽에 걸어보지 않은 곳들이 있어서 걸어 보았다.
오랜만에 이렇게 정처 없이 걸어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동작대교 밑

처음에 무슨 얘기를 할까 싶다가 요새 내가 신경 쓰고 찾아보고 있는 것들을 얘기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계획 관련된 걸 만드는 중이다. 현상금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
이러저러한 걸 생각했다. 요새 이런 생각을 해서 걱정이다.
이런 얘기를 하나 둘 하다 보니 시간이 잘 흘러갔고 상훈형도 조심스레 조금씩 얘기하게 되었다.

그늘이 있는 데로 길이 예쁜 데로 가다 보니 언덕 방음주차장 위에 정자가 있어서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동작대교 위 구름카페

거기서 상훈형의 이야기를 듣던 와중 고민거리가 뭔지 알게 되었고  작게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었다. 뭔가 단체를 운영하시는데 굉장히 복잡하게 운영하고 계셔서 이게 무얼 위한 걸까 계속 여쭈어 보였는데, 딱 정해진 회차가 같은 게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돈은 얼마를 걷는지, 왜 걷는지 어디에 쓰는지 어떻게 기록할 것이지, 작성해서 사람들이랑 얘기를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해를 못 한 것인지
아니면 겹겹이 쌓인 상황의 층을 내가 잘 못 벗겨낸 것인지 이 모임이 상당히 복잡하게 굴러가고 있고 여기서 뚜렷이 뭘 얻어내려는 것도 아니고, 또 다른 모임 발판을 위한 준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하시는 거 보면 차근차근 하나하나씩 모임 크기와 규모, 기획이 달라지고 있다. 잘하실 거라 믿는다.

걷다 보니 고속터미널까지 나오게 되었다.
고속터미널에 내가 왔는지 안 왔는지 모르겠지만 고속터미널 뒷면을 보는 건 또 처음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해서 가까이 가서 화장시롣 들리고 잠시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동재한테 연락이 왔다.
오늘 만났다는 걸 들었다며 가도 되냐고 물어서 그쪽으로 걸어가 본다고 했다.
상훈형이랑 같이 신반포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데이터베이스 얘기를 했는데 정말 잘 들어주시고, 흥미롭게 반응해 주셔서 얘기할 맛 났다.
그런데 언제 지나쳤는지 우리가 도착한 곳은 구반포였고 동재랑 중간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이제야 순간이동 트릭 원리를 깨달았다.
학교 가로질러오거나 숨어있었네 이 친구

동재를 만나서 셋이서 이제 걸어 다녔다.
잠시 농구를 하기도 하고 고등학교 뒤쪽 길로 걸어가서 반포 종합운동장을 구경하고, 그 사이를 걸으며, 우리 사이의 밀린 이야기를 했다. 최근에 바빠서 안 나오나 싶었더니 다른 이유가 있어서 못 나오고 있었다.
여기서 그냥 왜 그래도 용기 내서 말 안 했냐고 한 게 잘한 것 같다.
각자의 삶이 각자의 상황이 각자의 스타일이 다르다. 나라면 해봤을 일도 다른 사람은 못할 수도 있고, 내가 한 고민을 그가 안 했을 리 없다. 그가 우리 모임을 싫어한 것만 아니라면 그의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너도 충분히 고민했겠지, 아쉽겠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된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고 있다.

반포 종합운동장에 가서 잘 만들어진 운동장도 구경하고 테니스 얘기도 좀 듣고 도란도란 얘기도 하다가 근처 다리 위에서 해를 보고 서쪽인 걸 추정해서 북쪽을 향해 갔다. 반포얘기를 들으니까 왠지 한강에 가고 싶어졌다.

북쪽으로 가다 보니 정말 한강이 나왔다.
가면서 동재한테 그동안 상훈형이랑 나눴던 이야기를 해줬다.
흥미로워 하지만 화학자극이 자극적이진 않았다.

그냥 그렇구나 웃기네 정도에 그쳤다.

한강 쪽으로 나오니 살짝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벚꽃 필 때도 한 번 와 보았고, 피크닉으로도 한번 와 보았던 곳이다.
벚꽃은 아닐 수도 있다.
대략적으로 오기 좋은 곳이라며 알려주고
내가 가본 적 없는 왼쪽으로 향했다.

왼쪽으로 가다 보니 예쁜 갈대들이 피어 있었다. 갈대가 참 예뻤다. 요트 승강장도 있었는데 나는 요트보단 억새에 눈길이 더 갔다.
억새를 지나치니 괜찮은 평지가 나왔다.
도시락 같은 걸 싸 오면 좋겠다 싶었다.

걷다가 다리 위에 걸을 수 있나 궁금해졌고 다리 위에 노을카페, 동작 카페가 있어서  가보기로 했다.
안은 생각보다 엄청 아늑했는데 전망도 좋아서 살짝 놀랐다.
웨딩 촬영 온 사람들도 많았다.
확실히 쉬기 좋은 공간이라 자동차를 타고 오다가 잠깐 쉬어도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거기서 나랑 상훈형은 유자차를 동재는 모과차?를 주문해서 동작대교를 건넜다.

그리고 동작대교가 어마어마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한강을 직접 걸어본 것은 강동 쪽 이후 오랜만이다.
그런데 강 중류라 그런지 어마어마하게 길어서 놀랐다.
보이는 길이랑 실제 걷는 길이가 다름을 새삼 느꼈다. 동작대교에서 40분쯤 걸었던 것 같기도 하다.
차를 산 게 신의 한 수다.
한참 건너고 나서 이촌으로 향했다.
나는 이촌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한참 걷고 나서도 나와야 하는 공간이 안 나와서 잠깐 지도를 보고 우린 마음이 꺾여서 택시를 타고 유명돈으로 향했다.

상훈형도 동재도 유명돈을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다.
점심에 이어 저녁마저 고집을 부린 감이 있는데
진짜 맛있게 먹어줘서 추천한 사람으로서 매우 뿌듯했다.
유명라면에 삼겹살 3인분 유명된장술밥 이렇게 먹었다.
고기도 구워주시고 술도 국밥도 맛있게 먹었다.

유명돈을 나온 후 상훈형과 함께 경의중앙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혜성이를 보고 들어와도 됐는데 혜성이가 잠옷을 입었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상훈형한테 괜찮은 마술을 하나 받았다.
확실히 딱 내가 원하던 느낌의 마술이라 좋았다. 어렵지도 않고 깔끔하고, 마술 같은 느낌이 들고 하는 나도 부담이 없다.
그리고 상호작용을 연습하기도 좋다.
문제는 최근에 나한테 바이시클이 없다는 것이다.
바이시클이랑 포싱덱 주문을 해봐야겠다.

집에 ㄷ착해서 내 이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말로 적기 속상하게 이가 상해 있었는데 당장 내일 치과를 가봐야 할 것 같다.
ㅠㅠ 슬퍼하고 있는데 다행히 혜성이랑 통화가 돼서 대강의 사정을 알려줬다.
건강검진에서도... 간수치상승손견이 있었는데 씁쓸하다... ㅠㅠ
종합병원이다. 종합병원
나 같은 건 혜성이가 안 만날만 해 하면서 자책할 때 그래도 위로해 줬다. 좋은 사람이다. 내 상황이 안타까운 건 변화가 없지만 말이다.

추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기억해 주는 친구들은 삶의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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