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연이가 생일 파티 모임을 모은 날이다.
나랑 혜성이는 그전에 잠깐 만나서모였다.
종로에서 만나서 간단하게 중식을 먹었다.
딱히 엄청 맛있었던 곳은 아니어서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나는 수연이가 사고 싶은 걸 알려줘서 선물을 전해 줬는데 혜성이가 뭘 줘야 할지 몰라서 같이 알아보고 돌아다녔다.
종로3가역 근처에 괜찮은 디저트 집들이 은근히 많아서 거기서 살까 싶었는데 혜성이는 결국 마음을 주류로 돌렸다.
가자 주류를 찾아서 거기서 와인을 골랐다.
카페는 나중에 이쪽으로 데이트 오면 하면 될 것 같다.
요즘 또 디저트 먹는 맛이, 즐거움이 각별하다.
들어가서 와인을 고르는데 피누누아를 골랐다.
주인아주머니의 말이 인상 깊었는데 피누누아 몇 개만 들여놓으면 된다고 다른 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하시기도 하고, 예쁘게 포장된 와인을 비싸다며 흉을 보셨다.
아마 남사장님이 가게를 하시고 여사장님이 도와주시는 것 같았다. 구시렁구시렁 하는 게 꽤 재밌었다.
피누누아를 하나 사고 그 안에 내 선물들도 채워놓고 수연이 작업실로 이동했다.
1차는 연길반점에서 모였다.
양꼬치집이었는데 다행히 늦지 않게 다른 사람들이 왔을 때 왔다.
5시로 모임 잡아두고 예약은 5시 30분으로 했다고 한다.
현명한 아가씨다.
다만 그 자리에 내가 모르는 낯선 분이 와 계셨는데 화가 좀 났지만 11시에 오시는 것도 너무 늦게 오신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고, 무슨 일이 있겠지 싶어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불편한 시간들이 이어졌다.
사실 이들이 일찍 오는 줄 알았으면 안 갔을 것이다.
굳이 귀한 주말을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알아가며 보낸 필요가 뭐가 있을까
나중에 다시 볼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불편하지 않게 챙겨주는 걸 억지로 하고 있는 게 너무 별로였다.
그렇다고 그걸 수연이가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나는 왜 하는지도 모르겠어서 욕을 했다고 한다.
에휴... 음식이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무슨 말을 해얗나는지도 모르겠고 왜 이렇고 있는지 왜 고생하는지, 나는 즐거운지, 눈치도 엄청 보고 고통받고, 친구랑 편하게 얘기도 못하고, 하기는 싫고, 잘하지도 못하고, 괜히 나대나 싶기도 하고, 원망스럽고, 최악이었다 최악
게다가 도수만 높은 고량주라 잔뜩 취하기만 했다.
양꼬치가 어디로 넘어가는지, 맛은 어떤지, 맛도 모르고 고기상태도 모르고 다른 사람 챙기지도 못하고, 술맛도 모르겠고, 진짜 별로였다.
주인공이면 자기가 주도할 것인지 괜히 모르는 사람 불러와서 자꾸 챙겨주게 되니까 이쪽이 주인공인 것 같이 느껴져서 챙겨주면서도 불편했다.
다시 돌이켜 보니 내가 말했던 욕이 맞다.
하... 이미 벌어진 일이니 굳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때 묻지 않았는데 하아...
별로다 별로, 사과는 들었는데 뭐 이거 어디에 풀 것도 아니고 복수할 것도 아니고 즐겁게 와서 된통 당했다. 그렇다고 그 내 노력이 무언가 의미 있지도 않았고, 불편함과 불쾌감 노동, 시간만 날렸다.
술을 하도 많이 마셔서 그런지, 2차에서는 정신을 집중하고 있느라
안 보고 있겠지만 다음에 이런 일 있다면 부르지 ㅇ말아줘 진짜 최악이었어
엄청 불편하고 힘들고 괴롭기만 하고 딱히 즐거운 대화도 못 나눴는데
내가 주인공도 아니고 주인공이 챙기지도 않고 좋은 날 기분 망치기조 그렇고, 그 와중에 내 불만이 전해졌을까 별로고ㅗ 시간은 너무 아깝고 속상한 거 풀 데가 없고,
1차에서 고량주를 잔뜩 마셔서 그런지... 하... 쉴 새 없이 술을 따라줘서 술맛도 제대로 못 느꼈다. 이것도 별로다. 나는 처음 본 사람일수록 술 마시는 걸 거절 못하는 게 문제인데 이번 기회에 이걸 고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어른들이나 처음 본 사람들하고 마실 때마다 주량 이상으로 과도하게 마시는 것 같다.
다음날에도 영향받아서 끙끙대고 음식 못 먹고 있고 이런 걸 겪을 바엔 아예 덜 먹는 게 맞다.
2차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하...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냥 취한 상태로 버티고 있느라 소리도 안 들리고 관심도 없었던 모양이다.
수연이가 내 스트랩 선물 받고 마음에 든다고 한 것, 코알라 형 온 거, 정원이 온 것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추워해서 정원이가 옷을 덮어줬고 혜성이가 신경 쓸까 봐 추위만 가시게 한 후 의자에 걸어놨다가 다시 돌려줬다.
혜썽이는 그 와중에 내가 진행을 했다고 하는데, 그래... 추태 안 부리고 진행해서 다행인데, 요즘 나는 그렇게 광대가 되기 싫다.
입이 관심받고 싶어서 존중받고 싶어서 폭주하고 있다.
좋아하는 이들과 편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모임이었으나
전혀, 전혀, 전혀, 별로였다.
그래도 취했단 걸 인지했는지, 집에 가야 한다는 걸 인지했는지 혜성이 말은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막차를 늦지 않게 나와서 집에 들어갔다.
지하철 타서 알았다.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취해 있었단 걸 말이다.
진짜 정신 바짝 차리고 돌아가야겠단 생각이 들어 집중해서 돌아갔다.
혜성이 아니었으면 집에 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돈이, 시간이, 몸이 아까운 모임이었다. 크리스마스 모임은 무슨.. 난 그때 집에서 쉬련다.
실수도 많이 하고, 말도 막 했고, 모임이 즐겁지도 않았고 주량 조절도 못 했고, 기분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그렇다고 내가 잘 챙겨준 것 같지 않고, 별로였다. 진짜 1차 먹고 나왔어야 했나?? 재미가 아예 없진 않았는데 괜히 길게 남아 있던 것 같다.
다음날 숙취도 꼬ㅒ 심했다. 상쾌환 안 먹었으면 더 고생할 뻔했다.
하아.... 조절 못하고 잘 못한 나한테도 ㅇ화가 났다.
내가 뭐라고 그 사이에서 챙기고 그랬을까 잘하지도 못하면서 있는 티 없는 티 다 내면서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연이랑 친하다고 해서 내가 만날 이유도, 친해져야 할 이유도 밥 먹어야 할 이유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두 번 다신 안 간다라고 하는 것
그리고 그냥 지나간 일 벌어진 일 넘기고 용서하고 맘 편히 있다가 다음번에 누구 또 온다 그러면 안 가는 것이다.
적어도 다음에는 모르는 사람 오면 그냥 나가버려야겠다.
그 자리에서 화를 안 내고 있었던 것은 잘했다.
티를 낸 건 못 했다. 끝!! 적고 잊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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