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일기] 230926 출근, 닭갈비, 한우

Solation 2023. 9. 27.
한우맘


월차를 쓰고 난 다음 날이다. 하루를 통으로 쉬어본 것도 오랜만이고, 딱히 쉬는 날 무언가 하기로 정한 것도 아니어서
더 달고 더 한가하고 편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게 끝나고 일하러 가려니 막연히 두렵고 가기 싫고 하기 싫고 그랬다.
막상 가면 또 잘할 거면서 말이다.
일어나서 준비하는 것도 낯설고 옷 입는 것도 시간 쓰는 것도 하루 쉬었다고 안 익숙했다.
사람이 참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묘하게 나 편한 것, 덜 힘든 것은 금방 적응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신뢰는 쌓기 어렵고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했던 것 같다.

하루 쉬다 왔는데 다들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 같고, 나를 안 좋게 보는 것 같고,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눈치를 보고 사는 생물인 것 같다.

어제 다시 내가 눈치를 정말 많이 보고, 상상을 많이 하고, 혼자 또 걱정하고 두려움을 떤다는 걸 느꼈고, 참  피곤하게 산다 싶었다. 월차 하루 썼다고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지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잔걱정을 하며 지난 업무를 되살펴 보고 돌아온 사수 업무들을 살펴보며 어떻게 처리하는지, 어떤 작업들이 있는지 살피면서 오전을 보냈다.
점심에서야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별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눈으로, 귀로, 표정으로 확인핮기 전까지 믿을 수 없는 내가 좀 슬펐다.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그래서 낮에 일 하면서 나는 왜 이렇게 눈치를 볼까 생각하곤 했다.

점심은 닭갈비를 먹으러 갔다.
오랜만에 먹는 닭갈비는 맛있었고 좋았다.
식비를 빼고 난 차액은 차장님이 내주셨는데 차장님이 추석 선물로 커피까지 사 주셨다.
참 씀씀이가 좋은 분이다. 내 사수는 그럴 때마다 자기가 사겠다고 내겠다고 하는데 나도 벌이가 넉넉ㅎ랬으면 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모습이었다.
돈 여유를 안 되니 감사표시라도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계속 고맙다고 얘기드렸다. 남에게 뭔가 베푸는 게 쉬운 마음도 아니고 가볍게 여길 마음도 아니다.


점심 먹고 와서 진짜 무지하게 졸렸다. 진짜 졸렸다. 정말 시도때도 없이 조는데, 미치는 것 같았다. 너무 졸아가지고 주변사람들이 흉보는 상상을 하면서
또 졸았다. 그만 졸고 싶어도 이를 악물어도 볼을 꼬집고 허적 지를 꼬집고 옆구리를 찌르고 해도... 졸ㄹ린걸 참을 수 없었다. 그나마 일이 들어오고 나서야 집중할 수 있었다. 하으... 이 나태하고 낮은 졸음의 방벽이란...... 역대급 중 역대급이었다.
아으... 괴로워....

시간이 정말 안 갔던 날이기도 하다.
추석 전전날이라 다들 일을 해도  시간이 안 가고 애타게 ㅗ퇴근, 다음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괴롭고 긴 고통의 시간도 겪고, 사수랑 지난주 일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기도 하고, 돌아와서 잔정리를 하니까 드디어 마무리가 되었다.

집에 돌아갔고... 집에 오니  주문해 두었던 한우 선물세트가 도착해 있었다.
포장은 생각보다 컸고, 괜찮았다. 안에 들어 있는 건 양이 생각보다 적었는데... 한우가 비싸긴 비싸구나 싶었다. 아빠도 있었을 때 왔어야 하는데, 이게 타이밍이라는 게 좋기가 힘들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직접 들고 가는구나 싶었다. 티도 나고 직접 줄 수 있고 얼굴도 보고 하니까.
고기 안 상하게 보관하면 예쁜 포장을 다시 보기가 쉽지 않다.

엄마한테 뇌물이라고 했더니  우리 아들 좋아해 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런 거 부담 가지지 말라고 전해주라고 하셨다.
... 착한 걸까... 좋게 보이고 싶은 걸까

어느 쪽이든 마음 좋은 말, 따뜻한 말인 건 분명하다.
집에 와서 통화를  기다리며 할 일을 하고 있는데  통화가 오지 않았다.
저쪽에도 고기가 갔으니 그걸로 가족끼리 이야기할 수도 있고,  이 정도로 답이 없는 걸 봐선 자는 거겠다 싶어 넘어갔다.
내 여자친구는 금세 잠드는 사람이니까..! 이런 부분들은 걱정되지 않아서 좋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그 전날에는 너무 늦게 자서 하루종일 피곤했으니
전날보다는 일찍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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