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일기 231001 추석 연휴, 중학교 친구 모임

Solation 2023. 10. 4.


이번 추석 연휴 중 진짜 휴식의 시작이다.
참 연휴 전에는 정말 기다리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휴식이지만 막상 쉬니까 별로 할 게 없었고, 하기도 싫었다.
그냥저냥 잠들고, 눕고, 만화보고, 유튜브 보고 게임하고, 쉬고, 가족이랑 얘기하고 그랬다. 매일매일 늦게 자다 보니 늦게 일어나서 컨디션, 패턴, 등등 깨지는 게 장난 아니었다. 연휴가 짧았다면 오히려 몸을 망쳤을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쉬고, 좀 걷다 오고, 과자도 사고, 여유도 부리고 미적미적거리다가 보니까 친구들을 만날 때가 되었다.

그 전이야 뭐 안일하게, 느긋하게, 혜썽이가 필요하다는 거 찾아보고 보내주면서, 중간엔 농땡이도 피웠다가 잠깐 업무, 해야 하는 일 하려다가 지나갔다.
게임을 조금이라도 한 게 다행이다.
하데스도 마무리 짓고 싶은데 도통 엕딩이 안 나오던 차였다.
엔딩을 볼 때가 된 것 같기도 한데 딱히 진행이 안 되었다.
이러다가 그냥 지나가도 좋을 것 같다.
한 달 이상 더 이 게임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적어 넣고 보니 되게 의미 없는 주말을 보낸 것 같다.
허허허 다음 휴일은 계획을 한 번 세워 봐야겠다.

내 개인 작업 관리를 위한 웹페이지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좀 더 효율적으로 나에 맞게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공부도 시간도 기록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룰이 필요한다. 다짐! 잘하자! 열심히 하자!! 바뀌자!!

7시 약속 시간이 되어서 설렁설렁 준비하는데
민규한테 전화가 왔다.
같이 나가자는 전화였는데, 나는 자전거 타고 갈 생각이라 살짝 당황했다.
그런데 돌아갈 때도 자전거 탈 거냐는 민규의 말도 맞고, 아무래도 오랜만에 봐서 술도 많이 먹을 것 같아서 얌전히 준비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나왔다.
민규가 나한테 전화했을 때 버스가 4분 남았다고 해서 급하게 나갔는데
내 눈앞에 버스가 지나가는 것도 보였고
얘가 날 기다릴 성격도 아니라서 나는 그냥 좀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그러다 우연히 재근이가 같은 버스에 타고 있다는 걸 카톡으로 봐서 일부러 옆에 가서 쾅하고 앉았는데 얘가 처음에 허벅지가 두꺼워서 못 알아봤다고 했다.
그렇게 재근이랑 같이 돌다리에 도착한 후 민규는 어디에 있는지 전화했다.
그런데 이놈이 나를 기다리느라 아직도 버스를 안 탔다는 것이다.
내 탓하기 바빴는데.... 재근이 말로는 혼자 먼저 오는 게 싫어서 기다린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웬일로 기다리나 싶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파리바게트 앞에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보다 왼쪽에서 기다려야 안 늦지 않나..? 이해가 안 되었지만 어련히 오겠지 하면서 재근이랑 출발했다.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재근이랑 보는 날이다.
이 친구도 사람을 잘 안 만나는 편이라
그동안은 연애를 하고 나면 사람을 만날 기력이 없어 못 보고 있었다고 했다.

나는 어제 혜성이랑 데이트를 하다가 횡성집에서 친구들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서 단톡방에 연락을 돌려보니 다들 하지가 왜 보자고 안 했는지 의아했다고 한다.
다들 이번 추석엔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연락하길 천만다행이다.
하지는 일본 여행을 가 가지고 일요일 도착하는데 일요일에 보자고 안 하면 파투 날까 봐 돌아오는 날 피곤한데도 우리를 보기로 했다.
나랑 재근이는 횡성집에 먼저 가고 민규는 놀랍게도 40분에 하지는 8시 30분쯤 도착했다.
하지는 집에 가서 짐을 풀고 돌아온다고 늦었다.
정작 7시에 와야 한다는 걸 알게 된 민규는 40분에 도착하는 기염을 통했다.

민규가 오기 전에 고기를 구워 먹으며 재근이랑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보다 우리가 이야기를 안 한지 꽤 되어서 할 얘기가 많았다.
재근이의 근황과 내 근황들 내 연애사들 등을 얘기했다.
우리는 테라스에 앉았는데 그날 반바지를 입고 가서.. 아... 내 다리는 모기한테 엄청 물어 뜯기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안이 생각보다 환기가 안 되어 있어서 그런지 공기가 많이 답답했다.
거기에 오래 있었으면 컥컥거리면서 나왔을 것 같다.

민규가 생각보다 늦게 왔기에 꽤나 긴 얘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었다.
참 2년 만에 보는 거라지만 즐거웠다.
얘기하는 것도 편안했다.
참... 사람은 멀쩡한 친구다.

늦게 민규가 왔고 얼른 고기를 먹었다.
여기는 무한리필이 150000원인데 어느 고깃집을 가도 고기로 그 정도는 나와서 괜찮다고 생각하고 실컷 고기를 먹었다.
민규는 최근에 면접까지 갔었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자기 지인 와인바를 홍보하려고 했는데 정작 평생을 같이 살았다는 지인 이름도, 가게도 까먹고 있다. 심지어 지인 수준이 아니라 사촌이라고 한다.
허허허 나중에 기억나면 알려준다더니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다.

서로 못다 한 이야기, 못 나눈 술들, 각자의 근황 등을 전했다.
참 오랜만에 보니까 느끼는 건데 민규와 지원이가 더 아찔해졌다.
민규야 공부하느라 사람을 못 만나서 그런 거라 쳐도 하지는 참 사람이 점점 더 독특해지고 있다.
우리야 친구니까 그려려니 하고 있고, 하지도 친구 앞이라서 편하게 하는 거 같은데
묘한 비일상의 벽이 느껴진다. 편하게 생각하고, 깊게 생각하지 않는 그런 것들...!
뭔... 혼자 살 것 같으면 아무 문제 안 될 일이다. 그래서 누누이 넌 소개받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한테 말했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게임에도 돈을 꽤 많이 질렀다.
와우..  뭐.. 빛 내서 지른 것만 아니면 인정이다.
다만 모은 돈이 애매하고 내가 소개해주기엔 좀 그렇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나도 그 정도 돈은 모아보지도 못했다.
참 하지는 나이가 들면서 더 욕망에 솔직해지고, 좋은 쪽인지 모르겠지만 순수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일을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 게임 기획자를 하고 있는데
일에 대해서 진심이고, 어떤 게임이 괜찮은 게임인지, 만들고 싶은 게임이 무엇인지, 그리고 출시하는 게임에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 느껴졌다.
재근이도 야 네가 게임, 일에는 진심인 게 느껴진다고 했다.
오랜만에 모이니 즐거웠다.
참.. 민규와 지원이가 자극적이었다. 오랜만에 미개인...? 비문명인을 만난 기분? 나도 문명인은 아니지만 이렇게 날 것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니 꽤 당황스러웠다.
싫은 건 아니다. 오랜 친구고 원래 어느 정도 이런 사람들인 건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낯설었을 뿐이다.

고기는 불이 너무 강하기도 하고 약하기도 하고, 알바가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주문을 고래고래 소리 질러야 하고 그랬지만
먹은 양 치고는 가성비 있게 먹었다.
일단 무한리필로 먹으면 듬뿍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배도 든든이 채우고 내 다음 추천 장소인 치치로 향했다.
치치 음식이 맛있는데 생각보다 가격대가 살짝 있고 양이 적어서 배가 부른 채로 와야 맛있는 술집이다.
그래서 먼저 횡성집에 가서 배를 든든하게 채워 놓았다.


그런 것 치고는 치치에서 안주는 5개나 주문하긴 했다. 잘 먹긴 잘 먹는다.
다음에는 안주 무한리필이 아니라 술을 무한리필해 주는 데를 알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다음에는 그쪽으로 한 번 찾아봐야지

치치에서 크림치즈떡볶이, 양파 링, 설탕토마토를 주문했다.
떡볶이는 나 빼고 다른 애들 입맛에 맞은 것 같았고, 양파링은 누가 먹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져 있었고, 설탕 토마토는 민규가 맛있어했다.
이 토마토는 내 취향이라 한번 더 시켰다.
나중에 나도 술안주로 설탕토마토 집에서 해 먹어야겠다.

추가로 시킨 안주 두 개는 설탕토마토와 타코 고추냉이다.
타코와사비는 생각해 보니 입도 안 댔다.
살짝 시끄럽고 좁았지만 친구끼리 이야기 나누기 이만큼 좋은 곳도 없다.
결혼식 축의금 얘기를 하기도 하고
연애에 관한 얘기 이상형에 관한 얘기 등등을 나눴다.
하지가 재근이한테 너희 집 고양이 장례식은 했냐? 이렇게 물어봐서 이것도 한 40분 얘기했다. 그렇게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 보니까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나는 재근이가 고양이랑 혼자 산지 2년이 되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어서 부모님도 안 계시게다. 우리 애들이 술을 더 마실 수 있어 보이지는 않고 고양이나 구경할 까 싶어서 고양이를 보러 갔다.

버스를 타고 역에 내린 뒤 그 뒤에 있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아이스크림 내기를 했다.
원래는 그냥 샀는데 뭔가 재미없어서 가위바위보를 했다가 하지가 사게 되었다.
아이 아이스크림 달다.

재근이네 집에 처음 가 봤는데 오 기분이 묘했다.
꽤 넓은 집에 혼자 살고 있어서 적적하겠다 싶었다.
고양이가 다행히 깨어 있었고 한동안 고양이를 만지며 힐링하다가
애들이 보쌈 사달라고 족ㅈ족발 먹겠다고 술 먹자고 얘기를 하고 재근이는 졸려하는 타이밍에 밖으로 나왔다.
애들도 딱히 반항하지 않고 나온 걸로 보아 정말로 마실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집 앞에서 바이바이하고 민규랑 나는 같은 방향이라 같이 걸어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좋았고, 볼 만한 가치가 있었고 즐거웠다.
돈은 좀 나왔지만 그만큼 많이 먹긴 했다.
마지막에 힐링되는 친구네 고양이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요즘 친구 관계에 대해서 조금씩 고민하고 있는데
확실히 이 친구들은 오래 볼 만한 좋은 친구들이다.
오래 보자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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