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드디어 금요일이다.
기나긴 인고의 끝이 다가왔다.
생각만큼, 걱정만큼 힘든 일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렇게 한 번 거치고 지나가 보니 자신감도 좀 붙었다.
누가 도와줘서 처리하는 것보다 혼자 헤쳐나가려고 할 때 더 조심하게 되고 기억에 남는 것도 많고 신중하게 되는 것 같다.
좋은 경험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할 수 있는 걸 늘려가자
사수 없는 동안 다른 분들이 많이 챙겨주었다. 업무적으로도 많이 도와주시고, 막히는 건 없는지 체크도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없는 사이사이 코드 보는 법, 조정하는 방법, 인텔리제이 쓰는 법, DB 연결하는 법 등 기본기가 좀 늘었다.
별일 없어서, 그래도 좀 해결할 만한 일들이라 다행이다 뭔가 목, 금요일에 갑자기 몰리는 감도 있지만 해결했으니 다행이다.
이거 끝나고 나면 그다음 주 월요일은 쉴 예정이라 더 기다려진다.
9월 초는 페이지 만드느라, 중반에는 인수인계하느라, 코드 조정하느라 정신없었다.
심지어 진짜 잘 다듬어서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롬복을 안 쓰는 분들이 있어서 다시 만들어야 했다.
참..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말 안 해주시고 그냥 쓰시는 분들이 있다니.... 이건 또 이거대로 새롭다.
혼날 법도 한데 그냥 넘어가시고 급한 거 아니라고 하셔서...
좋으면서 묘했다.
차장님께 월차 허락도 받아서 진짜 마음 편히 퇴근 준비, 업무 마무리를 했다.
다음 주 주간보고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퇴근했다.
친구들 만나기 전 할 일
번개 모임이 생겼다.
나는 퇴근하고 바로 와서 다른 애들보다 시간이 빨리 날 것 같다.
기다리는 김에 잠실에 교보문고가 있길래 사고 싶은 책을 사러 이동했다. 룬의 아이들 블러디드가 나왔는데 혜성이가 알려줘서 인터넷으로 주문할까 고민 중이었다.
다행히 교보문고에 들릴 수 있어서 살 수 있게 되었다. 교보문고에 들렸다가 올리브영을 찾아다녔다.
올리브영이 독특한 위치에 있어서 찾기가 어려웠는데 한참을 걸었다.
친구들도 늦게 오겠다. 운동도 할 겸 걷자고 생각했는데 지도에 있는 위치에 올리브영이 없어서 꽤나 헤맸다.
올리브영 개수는 많은데 딱히 내가 원하는 위치에 없어서... 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대도시의 냉철함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올리브영에서 물건을 딱 살 때쯤 은성이가 도착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한 출구랑 한참 멀어서 한참 걸어서 만나러 갔다.
내가 도착해도 심신은 오지 않았는데, 하나는 놓쳤고 다른 하나를 오래 기다렸다고 한다. 결국... 자기가 놓쳐서 늦은 거잖아..!
그러고 나서 음식점을 어디 갈지 정하느라 한참 걸렸다.
나는 딱히 어디 가도 상관없었고, 심신도 마찬가지 은성이만이 거리와 음식 가격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피자집을 향해 갔는데 생각보다 구려 보이고 별로 같아서 안 가게 되었다.
좀 멀지만 어차피 우진이도 늦게 끝나니 추천받은 바 토스에 가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랑 심신은 우리가 가본 곳인 줄 몰랐다.
바토스
도착하고 나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터무니없이 비쌌다.
심지어 불친절했다.
우리가 별로로 보였는지 불친절했는데 주문을 해도 짜증 내듯이 가져가고 귀찮은 듯이 굴었다.
솔직히 태도가 좀 별로였다.
근데 우리 기억보다 더 비싸고 양이 적어서 각자 타코 하나에 맥주 한잔씩 하고 나왔다.
다 먹고 나올 때쯤 우진이가 들렸다.
우진이가 오고 은성이의 12대 12 대난투 이야기와 심신 썰을 빠르게 풀었다.
은성 썰과 심신 썰
은성썰은 은성이도 숨기는 게 많아서 가볍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
소개팅이 들어오지 않으면 선배들이 추천해 주는 연애 앱을 하려고 했는데 8월까지 아무런 소개가 없자 이번에 몇 번 해보게 되었다고 했다. 플래너에게 이정 금액을 입금하면 그 플래너가 정보를 바탕으로 카페를 빌려서 12대 12 만남을 주선하는데 여기서 각자 개인으로만 10분 정도 씩 얘기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얘기, 다들 좋아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얘기, 얘기를 해 보니 자기는 i가 맞는다는 점 등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최근 연락이 닿아 보게 된 분이 있는데 추석 때 한번 더 보고 고백할 것 같다고 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애매하게 말해주고, 심정을 잘 안 알려주고 가볍게 얘기해서,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인지, 그냥 연애만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은성이 썰을 이렇ㄱ ㅔ 메인으로 듣는 건 처음이라 은성이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어떤 스텐스인지 내가 모르고 있있었다.
여하튼 생각보다 미인과 연락하게 되었고, 두 번 만나서 데이트했고, 만나는 동안 차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고, 추석 때 아쿠아리움에 갈까 고민 중이라고 한다.
딱 좋은 것 같다. 비도 오고, 실내데이트 중에서 얘기하기도 괜찮고 좋은 곳을 잘 찾은 것 같다.
얘기를 많이 하고 싶다고 하고, 차가 있어야 이곳저곳 멀리 데이트할 수 있을 것 같다는데 나는 놀게 이렇게 많은데 흠... 어떤 데이트를 생각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카페 식당 카페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식당 카페 식당도 좋다.
차가 있으면 어느 정도 재력도 보여줄 수 있고
멀리 다니는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걸 어필할 수도 있는 건 알겠다.
그 소개팅 때의 미묘한 관계 느낌을 나는 이제 잘 모르겠다. 너무 편안하고 부드러운 연예에 진입해서 이제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짐작만 할 뿐이다.
뭐 여하튼 듣기에는 분위기가 그렇게 나빠 보이진 않았고 은성이도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어 보여서 추석 때 후기를 들으면 될 것 같다.
상대방이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알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상황 자체는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다.
다음은 심신 썰이다. 나는 이미 심신 썰의 중독자가 되었다.
굉장히 일상적이지 않은 독특한 이야기들이 펼 쳐져서 좋아한다.
이번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적으면
이번에 외할머니 장례식이 있었고, 옆에서 잘 도와주던 상황이 안타까운 사촌 동생이 있었다고 한다. 장례가 끝나고 보니 그 친구를 챙겨주고 싶어 졌고 부담스럽지 않게 도와줄 방법이 없나 한고 나한테 전화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프티콘이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화로ㅗ 말했고 그는 그게 좋을 것 같다고 나한테 말한 후 그대로 전화해서 밥 사줄 테니까 나오라고 했다고 한다.
진짜 호쾌하고 남의 말을 안 듣는 녀석이다.
사촌동생이 몇 번 거절하자 이제는 갸륵한 마음은 사라지고 고집만이 남아서 동생들도 사준다고 하고, 너뺴고 동생들만 나오라고 했다고 한다.
아이고 두야... 지난번 우진이 결혼식 때도 뭔가 더 있는 것 같아서 계속 추궁했는데 역시나 무언가 더 있었다.
그 아이가 외할머니 돌아가신 걸 믿지 못해 울고 있는데
심신 동생이 사망선고가 나오지 않으면 장례식은 열리지 않는다는 소리를 했고
그거에 사촌동생이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나가서 그 아이가 울고 있었고 심신은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재밌는 얘기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재밌는... 얘기...?
양자역학 과학자들 얘기를 꺼내더니 관측... 하는 순간 우진이가 너.. 나 다 들었어 너 제정신이 아니구먼? 하고 얘기를 했다 나는 아직 이해고가 되지 않아서 얘기해 보라고 졸랐더니.... 관측을 하지 않으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중첩상태라는 헛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 제정신인가 우리가 심심한ㄴ테 뭐라 했더니 자기 할머니라며 괜찮지 않냐고 하는데
뭇매를 맞아도 할 말 없는 상황이다. 식사나 밥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 그때 이상한 사람으로 찍혔다. 사촌동생도 대처를 잘한 게 무슨 소리인지 알겠어요. 하고 들어갔다고 한다. 하아... 대단하다. 어떤 게 그런 대화를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정신상태를 믿을 수가 없다.
그렇게 빠르게 썰을 푼 후 우진이는 늦은 시간에 일하러 다시 돌아갔다.
우리는 바토스를 나온 후
어디 갈지를 찾으며 걷다가 생활맥주를 가기로 했다.
생활맥주에서 간단하게 치킨과 맥주를 시켜 먹었다.
그 안에서는 별다른 다른 대화를 하진 않았고 무난하게 심신과 개발 대화를 나눴다. 묘하게 개발 대화가 재밌어지기 시작한 걸 보니 나도 어느 정도 개발자가 되어가는 모양이다.
은성이한테 좀 미안했지만 사실 그런 거 말고 딱히 할 얘기가 없었다. 나는 내 썰을 잘 말하는 편도 아니고, 이번에는 얘기할 만한 썰도 없어서 딱히 대화 소재로 쓸 만한 게 없다. 개발얘기를 한 시간 반 정도 하다가 나왔다.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심신이 피곤해하기도 해서 졸떄 나는 웹툰을 봤는데 심신이 관심을 보여서 서로 웹툰 얘기를 하다가 내가 몇몇 웹툰을 추천해 주고 같이 ㄷ보게 되었다.
확실히 요즘 내가 사람들이랑 무엇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다 잊어버렸고 까먹은 것 같다. 드라마도 잘 보는 편이 아니라 무난한 대화주제를 찾기가 어렵다. 참... 노력할 생각도 크게 안 들고 이대로 그냥 서서히 사회성이 없어져갈 듯 싶다.
시간이 좀 촉박하긴 했지만 보기를 잘 한 모임이었다. 편안하고 즐거웠다.
'일상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1002~3 추석연휴 말미 (0) | 2023.10.04 |
---|---|
[일기] 230926 출근, 닭갈비, 한우 (0) | 2023.09.27 |
[데이트, 일기, 친구모임] 230923 (0) | 2023.09.26 |
[일기] 230924~25 휴일 휴식, 쉬긴 했지만 아무것도 안해서 자책하는 주말 (0) | 2023.09.26 |
[일기] 230919 출근 (0) | 2023.09.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