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데이트

[데이트, 일기] 231020

Solation 2023. 10. 24.
포키 손톱


금요일


한 주의 마지막이다.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려왔을 날이다.
나는 특히 퇴근하고 혜성이를 기다리기로 한 날이라 더 좋았다.

혜성이는 퇴근하고 네일을 받고 온다고 했다.

회사 업무는 딱히 특이사항은 없었던 것 같다.
여느 때처럼 대기하고, 준비하고, 공부하고, 배우며 시간 보내다 보니까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사수가 중간에 일 넘겨주겠다고 말하는 부분?

하지만 생각보다 사수가 일 욕심이 많아서 일이 잘 안 들어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수가 바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기 싫은 걸 하고 있을 땐 시간이 늦게 가는 법이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을 땐 빨리 가는 법이다.

말 같은 가짜 말

요새 회사 일이 힘들거나 하기 싫지는 않은지 시간은 정말 잘 가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 시간들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래도 지금 정도면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신사 퇴근 데이트

유후네일


유후네일 쪽으로 이동했다.

퇴근하고 나서 보기 위해 혜성이가 신사 쪽에서 네일샵을 잡았다.
혜성이는 생에 첫 네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첫 네일에 많이 두근거리는 듯하다.
네일샵 가기 전부터 어떤 네일이 좋을지, 어떤 게 괜찮을지 어떤 네일을 할지 이야기를 많이 하고 갔다.

그래도 직접 눈으로 봤을 때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혜성이가 어떤 네일을 했을까 생각하며 신사 쪽으로 걸어갔다.

유후네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입구가 좀 독특했다.
1층을 치킨뱅이가 거의 차지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기세를 보면 치킨뱅이가 2층까지 전세를 냈을 줄 알았다.

압구정 현대백화점


건물 옆으로 돌아가니 올라가는 통로가 있었고 올라가서 좀 기다리니
혜성이의 네일이 끝났다.
한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한 시간 반 걸린 걸 보니 생각보다 더 공이 들어가고 품이 필요한 네일이었던 것 같다.

완성된 네일은 생각보다 더 귀여웠고 혜성이도 만족했다.

나중에 제작 과정을 들어봤는데 단순하게 칠하고 입히는 게 아니라 거의 쌓는 작업이었다.

인딕슬로우


네일삽을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원래는 포케를 먹으러 가기로 했지만 생각보다 날이 추워서 커리가 끌려서 커리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나야 뭐 이번에는 뚜렷이 먹고 싶은 게 없었기 때문에 커리 먹으러 가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막상 인딕슬로우에 가서 커리 먹은 것에 너무 만족했다.

가격대가 좀 있어서 비싼 것만 제외하면
그에 맞는 서비스를 받았고 맛도 좋고, 편안하고, 잘 쉬다 나왔다.

종업원 분께서 접시도 꼼꼼히 치워 주시고 음식 안내부터, 잔은 하나는 작고 하나는 크게 주시고(남녀 양 차이), 뼈 발라드시라고 뼈 그릇도 주시고, 난도 찢어 주시는 듯 섬세한 배려가 느껴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덕분에 정말 기분 좋게, 든든하게 먹고 나왔다.
혜성이 덕분에 이런 좋은 곳도 와 보고 역시 꼼꼼하고 안목이 있다.

다음에 추운 날에 분위기 있는 곳에 가고 싶을 때 또 와도 좋을 것 같다.
점심 특선도 맛있어 보이던데 점심에 올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스타벅스


저녁 먹고 원래는 테라스가 있는 칵테일 바나 재즈 바에 가려고 했는데 날이 꽤 춥기도 하고, 재즈 바는 오늘 따로 공연을 한 데서 공연 입장료를 받는다고 한다.

입장료까지 받고 들으러 갈 정도인가...? 싶어서 술 먹기도 애매해서 가볍게 스타벅스에서 얘기 나누기로 하고 스타벅스로 갔다.

가서 나는 허니자몽블랙 티를 혜성이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나는 요즘 잘 자고 싶어서 웬만하면 5시 이후에는 커피를 먹지 않으려 하고 있다.
카페인이 체내에서 유지되는 시간이 8시간 정도 되는데 자기가 자고 싶은 시간 8시간 전부터는 커피를 안 먹는 게 좋다고 한다.

2층에 올라가서 지친 채로 대화를 나눴다.

몸이야 지쳤지만 이야기는 정말 재밌었다.

혜성이 네일 가지고 한참을 얘기했는데 서로 잘 맞으면 모든 걸로도 즐거울 수 있구나 하는 날이었다.
혜성이도 네일에 충분히 만족했고 오늘 이렇게 얘기 나눈 것만으로도 뽕 뽑았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내일 귀엽게 잘 나왔다.

중간에는 혜성이 폰을 빌려서 그림을 그렸다.
포키 손가락에 포키를 그려주고 싶어서 열심히 그렸다.

생각한 대로 그림이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
뭔가 하찮으면서 귀여운 걸 만들고 싶었는데 몸통도 손도 대사도 어울리게 잘 나와서 만족스럽게  그렸다.

천천히 이 얘기 저 얘기 밀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시간이 갔다.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이 많이 추웠다.
나는 버틸만하다고 생각했지만 다음날 감기에 좀 걸린 걸 보면 버틸만하지 않았나 보다.

현대백화점 앞에 크리스마스트리 공사가 진행 중이던데 이제 연말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압구정에서 옥수를 가고 옥수에서 환승해서 돌아왔다.
그리고 잘 때 찬 공기가 좀 들어와서 다음날 잠을 거의 못 잤다.
새벽에 깨서 데이터베이스가 문제라느니, 설정을 잘못해서 못 잔다는 둥 일어나서 생각해 보니 확실히 개꿈이긴 했다.
요새 꽤나 회사 관련 꿈을 꾸는 경우가 있다.

좋은 데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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