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짧은 생각

사과하기

Solation 2022. 1. 15.

어느 영상에선가, 어느 글에선가 읽은 내용이다. 

 

심리학 책이었던가, 부부관계에 대한 내용이었던가. 

서로 다퉜을 때 자기변호 없이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얘기해보라고. 

 

어제 친구와 얘기를 하다, 내가 화가 났다. 
감정적으로 얘기를 했고,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해버렸다. 

다투고 돌아오니 내내 내 마음이 불편했다. 
사과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어느 곳에서 봤던 글이 기억이 났다. 

내 변호를 하지 않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도둑질을 하는 것마냥 떨리고, 살짝 무섭다. 
내 안의 살을 직접 파내는 느낌. 

 

 

편지

 

집 도착 그리고 뭔지 모를 저걸 열어보기 전에 먼저 글을 남긴다. 

어제 내가 그렇게 화를 내서 기분이 엄청 불편하더라 

너가 기분이 많이 나빴으리라 생각해.

내 감정을 주체 못 하고 화내서 미안해

화가 난 부분은 너의 논리적인 부분에 대답할 수 없는 
나의 부족한 내 모습이 화가 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너가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었는데 
나는 그만큼 들어주지 못한 부분도 많다는 걸 느꼈어. 

정말 남의 말을 들어주는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내가 정말 남의 말을 많이 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선명하리만치 날카로운 너의 지적에 한순간에 내가 나도 나쁘다고 생각했던 모습이 되어있더라고, 
그래서 더 항변을 하고 싶었고, 이미 옳지 않다는 걸 알기에 속으로는 더 분했던 것 같다. 

즐거울 수 있던 한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다툼으로 보내게 해서 미안하다. 
다툼을 하고 쭉 돌이켜봐도 
내 감정이 격해져 있는 동안 그래도 정말 차분히 
내가 이해할수 있도록 너가 얘기해준 것 같아. 
그런 얘기들을 들으며 나의 아이 같은 부분이 더 창피했던 것 같다. 

너를 나의 아이같은 마음으로 정말 기분 나쁘게 표현해서 미안해,  
말이 너무 길다고도 했었고, 
치사하게 말한다고도 했던것 같다. 

이런 표현에 내 마음에 악의가 가득 차 있었다고 생각해, 어제 너한테 심하게 말했던 것만큼 너를 나쁘게 보고 있지 않아

나의 나쁜 말로 너가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해 

나는 너가 토론에서 그 무엇도 내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치사하고 느끼고 있었는데, 
다른 형이 나지막이 말한 얘기가 생각이 나더라

'걔가 안진다고 느낄 수 있는데, 걔도 우리 관계에서 져주거나 포기하는 부분들이 있어'

생각해보면 저녁 야식 시키는 부분들도 매번 너가 주문해주고 그랬지,

항상 고마운 일이야.

우리가 정말 과하게 짖굳게 놀리는데도 받아주고 말이지, 

나는 그렇게 놀리는걸 좋아하지만,
막상 나는 누가 나를 놀렸을 때 너처럼 넉살 좋게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더라,

너의 그런 모습이 주변 사람들을 편해지게 해주는 장점이라 생각해,

스스로는 상처를 받아 힘들 수도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그 상황에 너가 표현 못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고 
얼렁뚱땅 다퉜다고 넘어가고 싶지 않았어 

어제 같이 노는거 되게 재밌었고! 월말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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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다투고 상처 입히는 일은 살 떨리고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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