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시작
내 방에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오셨다.
동생이 술 마시고 지금 택시 타고 오고 있다고 하는데 연락을 안 받으니까 있다가 전화 좀 해보라는 얘기셨다.
종종 동생이 술을 마시고 늦게 돌아오긴 한다.
그래도 그런 날이 많지 않아 나는 크게 걱정을 하는 편은 아니다.
동생도 대학교 4학년이 되었고 과 부회장도 해봤기 때문에 술이야 알아서 잘 먹을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걱정을 많이 하셨다.
30분 뒤 전화를 해 보았고 집으로 오는 다리 위를 걷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한테 그렇게 전했고 어머니는 택시타고 온다는데 왜 다리 위에 있지?라고 하시며 밖으로 나가시려고 했다.
나는 아픈 어머니가 나가려는 걸 막고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
나가면서 동생을 왜 이리 걱정하시는 걸까 생각을 해 보았다.
동생이 한 번 마시면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나는 이렇게까지 걱정은 안하시는 것 같은데 왜 그럴까?
나는 이미 한번 옛날에 엄청 싸운 적이 있어서 포기하시거나 신경을 안 쓰는 걸까?
여러 생각을 하며 동생을 만나러 다리 쪽으로 향했다.
아침에 비가 와서 그런지 밤은 추웠다.
어머니가 안 나와서 다행이다.
동생 만나고
다리까지 거의 다 와가도 동생이 보이지 않자, 동생이 집에 오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서로 엇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해보니, 아까는 멀쩡하다고 생각했는데 상당히 지금 얘가 취해있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에 내가 취해있다는 걸 못느꼈다는데 살짝 놀랐다.
어머니가 들은 목소리는 내가 방금 들은 이 목소리였음에 틀림없다.
목소리도 알딸딸 하고 대답도 오락가락했다.
얘가 웬일로 술을 이렇게 마셨지 생각하며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문제의 발견, 새로운 모습
동생을 만나고 데려오면서 나는 엄마랑 동생 사이가 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동생은 나와 다르게 얌전하고 착실하게 제 할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어머니랑 사이가 좋은 줄 알았다.
근데 이 녀석이 어머니가 걱정한다고 말하자 엄청 틱틱되는 게 아닌가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쌓여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이것저것 물어보니 쌓여있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스트레스받아하면 다른 걸 물어보았다.
평소 대화를 나누지 않아 모르고 있던 것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오늘 술은 왜 마셨는지 ~ ( 시험 끝나는 날이라고 한다.)
주량은 어떻게 되는지 (한 병 반이라고 한다.)
지난번 일은 잘 풀렸는지 (잘 풀렸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술자리에서도 한 소리 들은 것 같길래 물어보니 의외로 진상짓을 하는 쪽이라고 한다.
세상에! 진상이라니!!! 내 동생이 진상일 거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새삼 닮은 부분도 있고 닮지 않은 부분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 나와 닮은 부분이 있다는 걸 느끼면서 은연중에 나와 많은 부분이 비슷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지금은 술 취해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 치기 어린 모습들이 느껴졌다.
취한 동생을 보면서 나도 취하면 저런 모습일까 상상했다.
집에 와서 오랜만에 중재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동생도 어머니한테 투덜대고 어머니도 질세라 한소리 한소리 날카롭게 꽂아 넣었다.
나만 이 둘이 사이가 안 좋았다는 걸 모르고 있었나 보다.
아니면 동생이 취한 날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후딱 동생을 씻기고 따뜻한 물을 먹이고 재웠다.
아무래도 방금 있었던 일이라 그런지 상당히 리얼하게 글이 써지는 것 같다.
부디 내일은 둘의 사이가 좋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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