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데이트

230722 왕십리 데이트

Solation 2023. 7. 24.

오늘은 우리 동네에서 아쿠아필드를 가거나 피시방을 가거나 영화를 볼까? 하고 이쪽에서 보기로 했었다.

하지만 준비를 하던 중 혜성이한테 미국에 사는 은형이에게 전화가 왔고 부득이하게 준비가 길어지게 되었다.

집에서 기다리던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기다리지 말고 내가 그쪽으로 향하자는 생각을 했다.

안 그래도 오늘은 일찍 가야 한다고 했는데 통화가 혹시 심각한 일일수도 있어서 준비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통화시간도 챙겨주고 준비 부담도 덜어주고 얼굴도 더 오래 볼 수 있는 여러 면에서 괜찮은 선택지라 생각돼서 준비를 좀 더 마치고 나갔다. 나는 어느 정도 준비를 마친 터라 바로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래 봐야지~ 신나서 가던 와중 혜성이도 나와 같은 타이밍에 지하철을 탔다는 걸 알게 되었다.

통화를 하다가 너무 늦어지니까 준비하면서 통화했다고 한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중간지점인 왕십리에서 보기로 했다.

왕십리는 우리가 사귀기로 한날 왔던 곳인데 우리 둘의 중간지점인데도 생각보다 자주 오진 않았다.

왕십리에 갈 곳이 있나 한번 쓱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가볼 만한 곳들이 있어서 신났다.

확실히 최근에 갈만한 곳들은 다 가봐서 가볼 만한 곳을 찾는 게 힘들긴 했었다.

익숙한 장소에 안 가본 곳이 있다니 이곳저곳을 같이 가볼 생각에 들떴다.

괜찮은 고깃집도 있었고 괜찮은 선술집도 있었고 괜찮은 카페, 양꼬치집 등 생각보다 가볼 만한 곳들이 많았다. 역시 대학 가는 무시할 게 못 되는 것 같다.

 

왕십리에 도착해서 혜성이를 만나고 내가 찾은 곳들을 보여줬다.

뜨아아아 커피가 마음에 든다고 했고, 그쪽으로 가기로 했다.

그쪽으로 가기 전에 바스크 치즈가 맛있어 보이는 카페가 있었는데 거기를 잠깐 구경하고 뜨아아아 커피집을 향해 갔다.

 

뜨아아아 커피집

 

네이버 이미지로 봤을 때는 한옥집에 정갈한 분위기, 인절미나 차를 마실 것 같은 분위기의 카페였다.

딱 들어갔을 때 건물은 예쁘고 사진에서 본 대로였지만 카페 내부는 생각과 다르게 편안하거나 아늑하지 않았다.

일단 조명이 살짝 어둑어둑한 조명이었고

사람들이 다닥다닥 앉아있어서 대화하기에도 편한 공간은 아니었다.

 

음료나 디저트도 뭐 특별한 게 있지는 않았다.

나는 아인쑥페너를, 혜성이는 오미자 에이드를, 그리고 디저트로는 인절미 크로플을 먹었는데 이렇다 할 특별함도 없었고 그렇다고 모자란 부분도 딱히 없었다. 그나마 오미자 에이드의 오미자가 상큼하고 자극적이라 좋았다.

내가 좌식 쪽에 안 앉아서 그런가 얘기 주제가 조심스러워서 그랬을까 아니면 조명이 어두운 노란빛이어서 그랬을까

대화를 하면서 쾌적하고, 편안하다는 생각은 못한 곳이었다. 그게 좀 아쉽다.

인테리어와 음료는 나쁘지 않은데 좌석, 조명이 깎아먹은 것 같아서 아까운 카페였다.

이 얘기 저 얘기하다가 할 얘기는 다 한 것 같았을 때 밖으로 나왔다.

우리가 나올 때 딱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왕십리 역에 들려서 우산과 이클립스 사탕을 샀다.

그러고 나서 10 PC 방으로 향했다.

 

10 PC

 

나는 혜성이가 할 얘기를 할 만큼 다했다고 생각해서 나왔는데 만족스럽게 얘기를 못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좀 미안했다.

내가 카페를 금방 나온 게 카페가 생각보다 불편했던 게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같이 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어 속으로 살짝 안달 나 있던 상태였다.

오늘 게임데이트를 한다면 레포데와 RAFT를 해보려고 했는데 내 생각보다 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다정한 혜성이가 그래도 잘 따라와 주고 동의해 줘서 피시방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피시방에 들어가서 두 시간을 충전한 뒤 커피를 두 개 시키고는 레포데를 준비했다.

 

레포데 2

 

오랜만에 한 레포데는 정말 재미있었다.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정신없이 하던 좀비 게임이었는데 지금 해도 여전히 재밌는 걸 보면 갓겜은 갓겜이다.

나는 혜성이가 총을 잘 못 쏘는 편이니까 잘 못 못 쏴도 되고 좀 틀려도 되는 게임이라 잘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40분쯤 하다가 옆을 보니 집중해서 조용했던 게 아니라

약간 어지러워서 조용한 표정이었다.

티익스프레스 때의 힘들어하는 표정이었다.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게임을 느슨하게 플레이했다.

레포데2가 정신없어서 그런지 멀미가 왔던 것 같다. 혜성이 말로는 혜성이 입장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고 좀비도 엄청 많이 나오고 나는 뭐하는지 모르겠고 길도 잘 안 보이고 정신없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런... 내 불찰이다. 나는 혜성이가 3D 멀미가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생각해 보니 포탈을 할 때도 멀미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굉장히 뼈아팠다. 혜성이랑 잘 맞고 재밌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맞았다니...! 실패는 정말 오랜만이라 뼈아팠다. 그리고 미안했다. 재미없는 게임 억지로 하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닌데...! 부랴부랴 레포데를 끄고 잠깐 쉬었다.

 

RAFT

 

혜성이가 힘들어하는데도 괜찮다니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RAFT도 해보자고 했다.

이것도 혜성이가 잘 받아줬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정신없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서 RAFT는 멀미도 나지 않았고 혜성이도 재미있어했다.

그리고 나도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특별한 것 없이 플라스틱 건져내고 나무판자 건져내고 물먹고 밥 먹고 물 주고 하는 게임인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생각보다 열심히 건져내지 않으면 재료가 부족해서 쉴 새 없이 건지고 자고 만들고를 반복해야 한다.

침대도 만들고 꽃도 길러보고 감자도 구워보고 섬에도 들어가 보고 하며 즐기다가 적당히 피시방을 나왔다. 한번 멀미하고 속 안 좋은 상태에서 오래 하기 쉽지 ㅇ낳았던 모양이다.

RAFT는 한번 해봤으니 집에서 노트북으로 서로 같이 해도 좋을 것 같다.

 

신원 양꼬치

 

저녁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신원양꼬치 집을 가기로 했다.

양꼬치를 안 먹은 지 오래돼서 양꼬치를 먹고 싶었다.

 

네이버 지도에서 뜨는 것만 보고 가서 그런지 너무 안 알아보고 들어갔다.

가게에 들어가고 나서 처음으로 놀랐던 건 무한리필집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양꼬치를 잘 안 먹어 봐서 모르지만 일단 나는 많이 못 먹어서 무한리필이 가성비가 별로 없는 편이다.

두 번째로는 샤브샤브 + 양꼬치 무한리필 세트도 있었다는 점이다.

샤브샤브를 먹을 생각은 없어가지고 적잖이 당황했다.

그리고 가게에 오시는 손님 분들이 중국인 분들이 많았다.

가게 안에서 중국어로 대화하시는데 우리나라 맛집보다는 중국인들 맛집 느낌이었다.

혜성이가 이런 가게는 어떻게 알았냐고 나에게 물어서 나도 네이버에 떠서 알게 되었다고만 얘기했다.

 

부위를 정말 다양하게 주셨다.

뭐가 뭔지도 모를 부위들과 양꼬치를 주셨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를 독특함이 있는 가게였다.

콜라도 무한리필이 가능했는데 요새는 기계 뒤에 액상을 넣지 않나? 콜라가 통으로 들어있는 걸 보고 또 놀랐다.

고기를 먹으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고기 양이 많아서 여유롭게 천천히 오래 얘기를 할 수 있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었는데 딸기 아이스크림이었다.

묘하게 맛있어서 잘 먹었다.

가게 안에는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 있었는데 중국 사람들이 관우를 모신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신상을 보는 건 또 처음이었다.

묘하게 반쯤 중국을 왔다 간 것 같은 가게였다. 왕십리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놀람 포인트였다.

 

가게에서 남은 꼬치들을 먹는 동안 최애의 아이를 보라고 혜성이에게 추천해 줬는데 의외로 괜찮다고 했다. (예!)

 

나도 미묘하지만 재밌다고 생각한다.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에 내 집 쪽으로 가는 차가 오길래 날름 바로 타버렸다.

혜성이는 10 정거장이 남았는데 말이다.

헤어지기 전에 급하게 환승하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그녀는 기다렸다고 한다.

최애의 아이를 보면서 기다렸다고 해서 좀 나았지만 애초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한 날에 늦게 돌려보낸 게 마음이 아팠다. 그럴 거면 차라리 옆에 있다가 나오는 게 좋았는데 이런 게 참 아쉽다.

10 정거장 어치 같이 있을 수 있었는데..!!! 아깝다

 

오늘 데이트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좀 있다. 나는 데이트를 그녀를 기쁘게 하고 행복감 가득하게 돌려보내는 걸 기쁨으로 하는데 오늘은 3D 멀미 등으로 그녀를 힘들게 하고 말았다. 아쉽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 잘할 만한 것 재미있어할 만한 것들로 하루를 채워주고 싶은데 오늘은 내 욕심을 좀 앞세웠던 것 같다. 그걸 받아준 혜성이의 따뜻하고 상냥한 마음씨는 참 좋다.

 

RAFT는 정말 재밌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게임을 만났다.

혜성이랑 조금조금씩 해나가면 좋지 않을까..?

쉬움인데도 상당히 어려웠다. 보통이면 둘 다 그냥 죽고 살아나길를 반복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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